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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를 둘러싼 루마니아와 차드의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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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에 앞서...
이건 루마니아의 국기
이건 차드의 국기
둘 다 가로:세로비가 3:2로 동일하고 색상도 파랑-노랑-빨강으로 동일하다
차드 쪽의 파랑이 약간 더 진한 것 외에는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2004년, 차드는 유엔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는데...
차드: "이 국기 우리가 선점했으니까 1989년에 국기 바꾼 루마니아 너네가 국기 바꾸셈"
루마니아: "개소리 ㄴㄴ 이 국기 우리가 19세기부터 먼저 써오던 거임. 바꾸려거든 니들이나 바꾸셈"
서로가 먼저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이 상황... 어떻게 된 일일까?
시간을 훨씬 더 앞으로 돌려 1800년대로 가보자
![War_flag_of_the_Principality_of_Wallachia,_1834[1].png 국기를 둘러싼 루마니아와 차드의 분쟁](http://image.fmkorea.com/files/attach/new/20200418/486263/1641343504/2873715877/537d889ecf4784a0e9d50c98a7cea75f.png)
1834년 루마니아의 전신 왈라키아 공국은 적-황-청색 세로 삼색기에 독수리 문장이 들어간 군사 깃발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848년 전 유럽을 휩쓸었던 혁명의 물결이 왈라키아에서도 발생했다
혁명에 참가한 민중들도 (색깔 배치가 반대로 바뀌었지만) 세로 삼색기에 독수리 대신 문구를 넣은 깃발을 사용했다
이 깃발은 그 해 6월 임시정부가 국기로 제정하기에 이른다
참고로 가운데 들어간 문구는 DPEПTATE ФPЪЦIE*
'정의 박애'라는 뜻이다
* 당시 루마니아는 러시아 제국의 속국이나 다름 없어 키릴 문자를 사용했다. 현재의 라틴 문자로 바꾸면 'Dreptate Frăție'
그런데 1달 뒤인 1848년 7월 임시정부는 국기를 바꾸었다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 청-황-적색 세로 삼색기로 바꾼 것이다
이로써 루마니아 역사상 최초로 현재의 국기와 같은 세로 삼색기가 쓰이게 되었다
즉 19세기부터 쓰이기 시작했다는 루마니아의 주장은 사실인 것이다
1856년 러시아는 크림전쟁에서 패배하여 왈라키아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한다
파리 조약에 따라 왈라키아는 오스만 제국의 보호국이 되었다
하지만 1859년 왈라키아는 같은 민족이 거주하는 몰다비아와 동군연합국 '몰다비아-왈라키아 연합공국'을 결성한다
그러면서 국기에서 문구를 빼고 가로 삼색기(정-황-적)로 되돌린다
이후 1862년 왈라키아-몰다비아 연합공국은 드디어 국호를 '루마니아 연합공국'으로 바꾼다
이 과정에서 국기의 색 배치를 반대로 바꾸었다
그러나 1866년 루마니아 군주 쿠자는 농노 해방 등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다 지주들의 반대로 퇴위당하고 만다
이후 독일계인 카롤 1세가 옹립이 되고...
동시에 국기도 세로 삼색기로 정착하게 된다
즉 이 시기부터 현재와 동일한 국기를 쓰게 된 것
이후 루마니아는 오스만 제국과의 제2차 동방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며 1878년 독립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1881년에는 '루마니아 연합공국'에서 '루마니아 왕국'으로 승격(?)하게 된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독립을 인정받은 카롤 1세
지금까지도 루마니아의 대위인으로 칭송받고 있다
루마니아는 이후 제1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며 역사상 최대의 영토를 가지면서 전성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에서 루마니아는 추축국에 가입하면서 국운이 기울기 시작한다
이온 안토네스쿠 집권 당시 루마니아는 독일의 충실한 하인국가로 전락하고 만다
하지만 1944년 독일이 수세에 몰리면서 안토네스쿠는 축출되었고, 루마니아는 재빨리 소련의 편에 서서 독일에게 총을 겨누게 되었다
재빠른 태세 전환에도 불구하고 전후 루마니아는 패전국으로 분류가 되었다
그리고...
1947년 12월 루마니아는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불가리아 등 이웃 국가들과 함께 소련의 위성국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리고 '루마니아 인민 공화국'이 수립되면서 국기 한가운데에 국장이 들어가게 된다
(국장 리본의 RPR = Republica Populară Romînă: 루마니아 인민 공화국)
이후 1952년에는 국장 부분에 붉은 별이 추가된다
그러던 1960년...
아프리카의 프랑스령 식민지였던 차드가 독립하게 된다
그리고...
차드는 프랑스 국기를 본딴, 그러나 흰색을 범아프리카색 중 하나인 노란색으로 바꾼 청-황-적 세로 삼색기를 국기로 채택하였다
어쨌든 당시에는 루마니아 국기에 국장이 들어가던 시절이었으므로 양국의 국기는 국장의 유무로 확실히 구분되었다
1965년 루마니아의 게오르게 게오르기우데지 서기장이 사망하고 니콜라에 차우셰스쿠가 새로운 서기장이 된다
차우셰스쿠는 곧 국호를 '루마니아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바꾸고, 국장과 국기도 (커다란 변화는 아니지만) 바꾸었다
그런데 1989년...
동유럽을 휩쓸던 민주화 물결이 루마니아에도 불어닥쳤다
시위대는 공산 정권을 상징하는 가운데의 국장을 도려냈다
(가운데가 뚫린 루마니아 국기는 저항의 상징이 되어 현재까지도 반정부 시위에 등장하고 있다)
차우셰스쿠 부부는 1989년 12월 25일 처형된다
루마니아의 공산 정권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새로 수립된 '루마니아'*는 다시 국장이 없는 '루마니아 왕국' 시절의 국기로 되돌린다
이렇게 되면서 국장 유무로 구분되었던 루마니아와 차드의 국기는 구분하기 매우 어려워지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서 양국의 국기 분쟁도 발생하게 된 것이다
* 정식 명칭이 그냥 '루마니아(România)'임 ('공화국' 안 들어감)
각국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차드: "역사적 연원이 어찌 됐든 우리가 현재의 국기를 제정한 1960년 당시 루마니아의 국기에는 국장이 들어갔다. 따라서 청-황-적 세로 삼색기는 우리가 먼저 선점했다고 봐야 하며, 루마니아는 1989년부터 현재의 국기로 바꿨다고 봐야 한다. 그러므로 루마니아는 국기를 바꿔야 한다"
루마니아: "청-황-적 세로 삼색기는 19세기부터 우리 나라가 사용하던 국기다. 비록 공산 정권 시기 국장을 잠시 넣기도 했으나 기본 틀은 바뀌지 않았으며, 역사적 정통성은 우리에게 있다. 따라서 국기를 바꿔야 한다면 차드가 바꿔야 한다"
PS
차드 국기에 국장을 넣은 것
루마니아 국기에 국장을 넣은 것
루마니아와 같은 민족이 사는 이웃국가 몰도바의 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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